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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족하는 삶이 행복”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종범 스님(전 중앙승가대 총장)

성취(成娶)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세상에서 활동하면서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는 것이다. 자신의 소원을 끊임없이 이루어 가는 것이 성취이다. 자족(自足)이라는 것은 스스로 만족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성취와 자족은 같은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성취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족이 문제가 된다.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하는 것보다도 스스로 만족하는가 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인류의 모든 행복은 스스로 만족하는 데 있고, 인간의 모든 불행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데 있다. 온갖 질병과 온갖 다툼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에서 생겨난다. 행복, 평화, 가치 등 여러 가지 말들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족하느냐 자족하지 못하느냐에 있다. 이 세상의 어떤 사람도 스스로 만족하면 일체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어떤 것을 이루었느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자족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가만히 들여 보면 세상에는 시시각각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났다 사라지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사람이 한평생을 알아간다 한들 그렇게 모르고 지나가는 일들은 무수히 많다. 내가 아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심지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자신이 알지 못한다.

자기가 하나하나를 이뤄가면서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은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허공계가 다하고 온 시간이 다 없어져도 만족할 수 없다. 만족은 그치는 데에 있다. 자기가 머물러 있는 순간에 그쳐서 만족을 찾으면 그것이 만족이다. 만족이란 것은 이루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치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는 사람은 얼마를 마셔야 만족할 수 있겠는가. 딱 그치는 순간이 만족이다. 한잔을 채 안마셨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하고 그치는 순간이 만족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공부이다.

그쳐서 보아라. 그러면 보인다. 이것을 전통적으로는 지관(止觀)이라 하며, 지간(止看)이라고도 한다. 그쳐서 보면 보이며 만족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치지 못하기 때문에 만족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하나로 만족하면, 그것은 만족이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둘을 가지고, 둘로도 만족하지 못하니까 셋을 가지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간다면 어느 하루도 만족하는 날이 없다.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만족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것이든 딱 그쳐보면 만족이 되는 것이다. 법성이 원성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본래의 자성신은 원적신이고 원성신이다.

산에서는 산대로 원적의 세계, 원성의 세계이고 물에서는 물대로 원적의 세계이고 원성의 세계이므로 만족할 수 없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이것이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이다. 혼자 있어서도 그쳐서 보면 만족할 수 있고, 둘이 있어서도 그쳐서 보면 만족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칠 줄 모르고 달릴 줄만 알기 때문이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마음은 항상 달리려고만 한다.

‘도’라는 것은 쉬는 것이다. 뭔가를 하려고 하면 ‘도’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불자들은 마음을 잘 닦아서 스스로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성취가 아니라 자족인 것이다. 스스로 자족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교양과 능력을 키우며 생활해 가야한다. 마음으로 모든 것을 인정하면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순서이다. 솔직한 모습의 자신을 인정한 후 내 삶의 안정과 기쁨을 찾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만족을 배워 가는 불자가 되는 일은 오늘날 우리가 이 삶을 가장 잘 살수 있는 방법이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47호(2006년 1월 22일자)에서 옮겨 왔습니다.

2012-07-13 / 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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