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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 하언거 해제 법어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2012년 하안거 해제 법어

오늘 하안거 해제일을 맞이하여 재주가 뛰어나 한꺼번에 다섯줄을 읽고 곧 외웠다는 분주무업(汾州無業)스님이 마조도일(馬祖道一)화상을 친견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무업이 마조선사를 뵈니 조사께서 그 용모가 훤칠하고, 목소리가 마치 종소리와 같은지라 그것을 보고 말씀하시기를,

“불당(佛堂)은 웅장하지만 그 안에 부처가 없구나.”라고 말했다.

가슴을 찌르는 이 말 한마디에 무업은 절을 하고 꿇어앉아서 여쭈었다.

“삼승(三乘) 교학공부는 그런대로 했지만, 선문(禪門)에서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마조화상이 말하였다.

“다만 알지 못하는 바로 그 마음이 바로 부처지, 다른 것은 없다.”

무업은 여전히 그 뜻을 알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무엇이 서쪽에서 오셔서 전하신 달마대사의 심인(心印)입니까?”

마조화상이 다시 말하였다.

“지금 마음이 산란하여 보이니, 갔다가 다음에 다시 오게.”

무업이 일순간 무색함을 느끼고 일어나 물러나려 하는데, 마조가 다시 불렀다.

“이 보게, 잠깐!”

무업이 고개를 돌리자, 마조가 물었다.

“이것이 무엇인가(是甚?)?”

이 단순한 질문에 무업은 문득 깨달음을 얻고 마조에게 큰 절을 올렸다.

무업은 무엇을 보고 깨달았을까요?
알지 못하는 이 마음은 무엇일가요?

경전에 통달한 무업이 자기 보다 더 현명한 자는 없는 줄 알고 늘 자만하였는데, 깨침을 얻은 후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망상을 하지 말라(莫妄想)”고 했다고 합니다. 흔히 상식이 통하는 곳에 진리의 뜻이 있기 때문에 스승이신 마조화상의 가르침인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 즉 평상심이 되려면 번뇌를 일으키는 원인인 망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특히 무업선사는 황제의 초청에도 병을 핑계로 끝까지 응하지 않는 초연함을 보이셨으며, 임종을 당하여 제자들에게 “그대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인식하는 그것은 허공과 같아서 생멸하지 않는다. 일체 경계는 본래 저절로 공적하여 한 법도 얻을 수가 없다. 미혹한 사람은 그것을 몰라서 곧 경계의 미혹을 당하게 된다. 한번 경계의 미혹을 당하게 되면 끝없이 유전하게 된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라. 심성은 본래 저절로 있는 것이지 인연으로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금강석을 부수어 없애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일체 모든 법이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아서 진실함이 없다. 그러므로 <법화경>에 ‘오직 하나의 사실이 있을 뿐이요 그 밖의 둘은 곧 진실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일체가 공함을 깨달아서 한 가지 법도 생각에 두지 않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들의 마음 쓰는 곳이니라. 그대들은 부디 부지런히 수행하라.”는 설법을 마치고 가부좌를 한 채로 입적했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오늘날 수행은 뒤로 하고, 물질적 풍요와 명예, 권력만을 추구하는 소수의 승려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깊이 참회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계기로 삼아 수행에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色身健康莫貪眼(색신건강막탐안)
색신이 건강할 때 잠자기를 탐하지 말라

作務辛勤要向前(작무신근요향전)
힘써 부지런히 앞서 나아가기를 요하라.

到老心田如未淨(도노심전여미정)
늙도록 마음 밭을 깨끗이 하지 못하면

菩提種子亦難生(보리종자역난생)
보리의 종자 또한 생겨나기가 어렵도다.

불기 2556(2012)년 9월 1일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초

2012-08-28 / 3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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