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사
一輪孤月朗中天(일륜고월랑중천) 寂夜金風扇寒林(적야금풍선한림) 頭頭明明物物了(두두명명물물료) 氛香滿山轉綿綿(분향만산전면면)
둥글고 고고한 달이 하늘 가운데 밝게 빛나고 고요한 밤 금풍이 찬 숲에 부니 모든 것이 분명하고 또렷하도다. 성한 향기는 산을 가득 채우고 면면히 이어가는구나.
산승(山僧)의 생각 또한 오늘 이 법석의 기운이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봄기운에 얼굴을 내민 초록의 공명(空明)과 어린 초동들이 손에 든 봄꽃, 불자님들의 얼굴에 핀 미소 꽃 또한 자비로운 봄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봄기운의 대법석에 함께 한 까닭은 진제 대종사를 대한불교조계종 제13대 종정으로 추대하기 위함입니다. 종정이라 함은 그야말로 한국불교의 법통과 종지의 계승자이며 수행과 법력의 위력을 발하여 불자와 우리 사회에 진리의 근간을 제시하는 법의 본류라 할 수 있습니다.
봄볕은 ‘희망’과 ‘움틈’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물론이요, 국민들의 마음은 여여(如如)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합니다. 그 형국(亨國)이 흡사 칠흑 같은 밤에, 별조차 사라진 상황에서 나침반도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다고 할 것이니 산승의 마음 또한 그리 편치만은 않습니다. 작금의 우리 현실은 어두운 중생들의 마음은 오직 목전의 이익에만 가치가 있고 맹신의 징표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연민하고 거급 연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만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 온 한국불교와 우리 종단 역시 이러한 위기의 도래(到來)에 그 책임을 통감해야만 합니다. 이제는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아갈 것을 발원하고자 하는 大결사를 실행으로 옮겨야만 합니다.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위로는 부처님의 법을 올곧게 받들고 실천할 것을 발원한 ‘500비구의 결집’에 담긴 참의미를 계승하고 아래로는 불조의 혜명을 되새겨 청정수행공동체와 자비보살 구현의 공동체로서의 위의를 복원하고자 했던 ‘한국불교의 정화불사’를 되새겨 발심(發心)해야 합니다.
오늘 조계사 앞마당에는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 불자와 희망을 노래하는 불자, 국민들이 함께 손을 모아 제13대 종정 진제 법원 대종사의 종정 추대를 지극한 마음으로 추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와 같이 갈앙(渴仰)하는 마음으로 함께 모인 까닭은 진제 대종사야말로 모든 국민의 행복과 평화를 구현하여 진일보하고자 하는 한국불교와 모든 생명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여 신문명을 추구하고자 하는 한국사회와 세계만방에 ‘희망의 공성’을 울릴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산승 또한 인연 대중들의 밝은 지혜의 마음에 함께 해 기꺼이 종정 추대에 일심정례하는 바입니다.
종도의 한 구성원으로서 종정 예하는 부디 자애를 드리운 금강 같은 가르침으로 종단을 이끌어 주시고 자비로서 일체 중생을 살펴 주실 것을 청원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동참한 일체 종도와 인연 대중들은 새로운 종정 예하를 중심으로 종단의 원융산림을 완성하고 그 가르침을 받들어 종지종풍을 굳건히 할 것이며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으로 종정 예하 및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함께 5대 결사를 원만 회향하여야 할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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