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행사
생명과 희망의 계절, 봄이 시작되는 즈음입니다. 스치는 바람결에 봄이 섞여 있음을 느낍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봄을 읽을 수 있는 나날들입니다. 이렇게 좋은 때 우리 교단의 최고 어른인 종정예하를 새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사부대중이 함께 기뻐하고 기념할 뜻 깊은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진제대종사를 교단의 제13대 종정으로 추대합니다. 종정예하께서는 수행 외길을 오롯이 걸어오신 수행자의 표상이십니다. 경허-혜월-운봉-향곡선사로 이어지는 선가의 법맥을 계승하여, 부처님의 법등을 크게 밝혀 드신 분이 바로 종정예하이십니다. 예하께서는 그 수행력을 바탕으로 때로는 조실이 되고 때로는 법주가 되어, 후학과 사부대중을 이끌어주신 큰 선지식이십니다. 따라서 오늘의 종정예하 추대는 사부대중의 큰 감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는 우리 교단이 출범 5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그 반세기 동안 우리는 ‘도제양성’, ‘역경’, ‘포교’를 3대 지표로 삼아 꾸준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자성과 쇄신 결사를 오늘과 내일의 과제로 설정하여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불교가 추구해야 할 기본가치이며, 사회와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소명입니다.
길은 분명하나 힘과 슬기와 의지는 모자랍니다. 오늘 우리가 추대하는 새 종정예하께서 길을 열어 주시고, 당신의 정진력과 지혜의 덕화로 가르침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자리가 우리 교단이 자존과 도약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소중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국가는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화되어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가 절실합니다. 경제 민주화를 포함하여 크게 훼손된 민주적 가치를 회복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위태로운 남북 관계를 개선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불의와 불공정을 타파하여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이룩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과 자연을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으며, 인간과 생명의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와 국가를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부과된 무거운 짐입니다.
이 모든 문제에 종교적으로 응답할 책무가 우리 교단에 있습니다.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그 실천의 앞자리에, 한가운데 오늘 우리가 새로 모시는 종정예하가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는 우리가 종정스님의 지도 아래 국민과 함께하는 교단, 국민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교단으로 탈바꿈하는 다짐의 시간이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선지식을 만나는 일은 수행자에게 더없는 다행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시대와 사회에도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런 현장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 뜻 깊은 자리가 교단의 발전, 국민들의 행복, 나라의 평화가 실현되는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경사스러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원로대덕 큰스님들,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사부대중 여러분, 햇살이 만물을 기르듯 종정 스님의 덕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두루 미치기를 기원드립니다.
불기2556년 3월 28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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