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 규탄에 따른 배경 설명과 향후 계획
국민여러분!
우리종단은 지난 12월 9일, 서민복지를 외면하고 민족문화를 훼손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예산안 졸속 처리 과정이 계기가 되었으나, 마치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예산 축소만을 문제 삼는 것처럼 잘못 인식될 여지가 있어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충분히 배경 설명을 드리고 또 앞으로의 방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제 국민과의 소통, 서민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책무를 포기했기에 존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입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화와 토론, 협의를 통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반영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입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연평도 포격이후 극심한 남북 긴장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격차로 인해 서민들의 생활이 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울러 4대강 문제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사회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당면 과제는 외면한 채 4대강 사업 강행이라는 목적으로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한 예산안의 실태는 우리 서민들의 삶을 더욱 질곡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영유아 예방접종비, 산모신생아 도우미지원비, 보육시설 관련 예산,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등이 모두 삭감되었습니다. 이 엄동설한에 어려운 서민들, 우리사회 미래를 위한 예산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삶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했다는 증거입니다.
두 번째는 대화와 토론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오로지 힘으로만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오만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인식의 변화가 없는 한 더 이상의 소통과 대화의 상대로 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국회에서의 예산안은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많은 시일이 지연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이후 3년 동안은 폭력 속에서 여당이 단독 처리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여야 간 합의가 진행되던 와중에 처리시일을 하루 남겨놓고 마치 군사작전처럼 진행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종단은 내부의 많은 스님들과 사찰들이 4대강 반대 입장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다만, 종교 단체로서 국론분열을 염려하여 총무원 차원의 공개적인 행동은 자제해 왔습니다. 나아가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을 막고 국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우리종단은 총무원장스님의 의지에 따라 화쟁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화쟁위원회는 정부와 한나라당, 종교계, 야당, 시민단체와 함께 진정한 화합의 길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의 원희룡 사무총장이 참여했고 정부 측의 심명필 4대강 사업 추진본부장, 반대 측에서는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 시민단체 대표로 박진섭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이 참여했습니다. 어렵지만 함께 해법을 찾기로 동의하고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합의 이전에는 국회 예산안 처리를 미루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협의 장소에서는 이런 약속을 해 놓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관련 예산과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더 이상 신뢰를 줄 수 없게 하는 행위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종단은 국민적 합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천명한 것입니다.
셋째 정부와 여당은 민족 문화 선양을 종교에 대한 특혜를 주는 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에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정부 여당으로 간주할 수 없고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종단은 지난 2008년 정부의 종교편향 행위에 대해 모든 불자들과 함께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정부는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는 엄격하게 규제하기로 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대구 팔공산 역사문화공원 백지화, 울산역과 통도사 역명 부기 삭제 등 공공 기관의 무책임한 행동은 물론이고, 타 종교 집단의 봉은사 동화사 땅밟기 등 우리 사회 일각의 종교평화 훼손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우리종단은 이러한 몰지각 행위에 대해 직접 대응할 경우 우리 사회에 큰 혼란과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판단하여 최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꾸준히 대화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이런 행위가 멈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종교도 불교처럼 행동해 주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종단은 이를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와 정책에 대한 연구 조사에 이미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모습은 이러한 기대를 송두리째 뒤엎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일부 종교단체의 행위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실제로 변경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합니다. 종교 갈등을 중재하고 이를 막는 제도적 노력 대신 이를 두고 각 종교에 대한 흥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은 템플스테이가 국가적인 사업으로 시작되었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충분히 알면서도, 이를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고 은혜를 베풀 듯이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산불 등 화재에 취약한 문화재를 보호하는데 필수적인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예산 등도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2천여 년 동안 지녀 온 전통문화, 지금 현재도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전통문화에 대한 저들의 천박한 인식에 통탄을 금하지 못하는 바입니다. 오로지 시장의 논리, 손익을 염두에 둔 장사치의 시각으로 가득 차 있는 저들을 국가와 영토를 수호하고 민족의 문화를 보존할 책임자들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불교본연의 자세로 수행하며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소박한 마음으로 민족문화와 한국불교의 자존을 지켜가며 우리 손으로 아름다운 산하와 문화재를 보듬고 지키며 살아가겠습니다.
이제 우리종단은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불교 본연의 활동에 매진할 것입니다. 불교계는 그동안 수많은 불교적 자원을 국가적 차원의 이익을 위해 제공해 왔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무수히 많은 스님들과 신도들의 원력으로 보존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종단 스스로의 권리에 대하여 종단 내부에서부터 새롭게 인식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찰의 재산을 국가 문화재나 국가 시설로 지정해 놓고, 지원이 필요할 때는 특정종교시설이라 주장하는 모순된 행태에 더 이상 삼보 정재를 내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이제 이러한 악순환과 왜곡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내야 할 때라고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종단 스스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다시금 새로운 존재 의의를 찾기 위한 고통이 뒤따를 것입니다.
금번 예산안 날치기 처리와 관련하여 템플스테이 예산을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며 국민과 불교계를 우롱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발언이연일 들려옵니다. 이러한 행태가 불교계를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번 문제는 단지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만일 정부와 여당이 진정으로 금번 예산 처리 과정에 대하여 반성한다면, ‘불교계를 달랜다’는 유치한 대안을 내 놓을 것이 아니라 날치기 처리된 예산안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는 것이 책임 있는 국정 운영, 의회 정치의 참 모습일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불교 스스로의 힘으로 사찰과 문화재를 보전해 나가겠습니다. 국민들의 도움도 기대하겠습니다. 우리종단은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더 이상의 템플스테이 예산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불교적 방식으로 소박하게 사찰에 오는 손님들을 맞이할 것입니다.
나아가 정부나 한나라당의 천박한 문화유산 인식에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불교문화재를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불교문화재는 역사 속에서는 불교적 사상과 가치가 담긴 불자들의 예경의 대상이지만, 현 시대에 있어서는 국민 모두의 역사 학습의 대상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이에 우리종단은 정부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각종 문화재 유지 보전과 관련된 정책 및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사찰 관련 규제 등을 단호히 배격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소중한 성보聖寶를 박물관 지하 유물실에 방치해 놓고 있는 국립박물관의 불교문화재 반환을 추진하겠습니다. 신규 발굴 문화재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방치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런 대가없이 국가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불교 재산에 대해서도 정당한 권리를 찾아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
우리종단은 이제 불교 본연의 활동에 더욱 집중하겠습니다. 사찰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고 우리 사회 다양한 문화가 함께 숨 쉴 수 있도록 열심히 수행하며 포교하겠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서는 국민들과 함께 바로잡아 나가겠습니다. 우리종단이 이미 시행한 종무지침 대로 사찰들은 정부와 한나라당 인사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대신 국민들과 이웃 종교인, 시민사회단체들은 따뜻하게 맞이하겠습니다. 아울러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따른 파괴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고 자연의 가치를 소중히 일깨우는 활동을 함께 벌여 나갈 예정입니다.
깊은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불기2554(2010)년 12월 1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출처 : 조계종 홈페이지 ‘주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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