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청계천에 스님과 신도 350여명 집결해 민족 문화 수호, 민주주의 회복과 종교평화 발원하며 1080배 정진
조계종 민족문화 수호위원회가 1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청계 광장에서 '민생안정과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80배 정진'을 실시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조계종 종무기관 소속 스님 50여 분과 일반신도 등 3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행사에 참여한 인원들은 '서울 시민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행사 집행부는 우리사회와 역사의 발전에 미흡했던 한국 불교의 지난 모습을 참회하고,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민생안정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발원하는 한편, 민족문화 수호와 종교평화를 발원하며, 우리의 손으로 우리문화를 지켜가겠다는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낭독문 독송에 이어 참여 인원들은, 조계종 문화부장 효탄스님의 집전에 따라 1080배를 마쳤다. 이번 1080배 정진에는 효탄스님 외에도 사회부장 혜경 스님, 호법부장 상운 스님, 사서실장 경우 스님, 교육부장 법인 스님, 포교부장 계성 스님, 특보단장 정념 스님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정만 스님, 민족문화수호위 집행위원장 장적 스님, 중앙종회의원 종선·견진 스님 등이 동참했다.
한편 행사 말미에는 조계종 충무부장 자승스님이 현장을 방문해, 참여한 스님들과 일반신도들을 격려했다.
[붙임] 서울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 민생 안정과 민족문화 수호를 발원하는 1080배 정진에 부쳐 -
참회와 발원의 1080배 정진(精進)을 시작합니다.
1700년 한국불교는 이 땅의 역사,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고이 간직하며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해왔습니다. 한국불교는 곧 한국인의 정신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의 자존심은 짓밟히기 시작했고, 미군정(美軍政) 속에서의 종교 환경 변화, 이어진 군사정권 하에서의 자주성 훼손 등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혼란스러운 근현대사가 그대로 투영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는 생존 자체가 절박한 현실을 당하였으며, 이는 불교계가 한국 사회 전체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올바로 국민들을 보듬지 못하는 한계를 갖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 저희 사부대중은 국민 여러분들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우리 사회와 역사의 발전에 미흡했던 한국 불교의 지난 모습을 참회하는 1080배 정진을 시작합니다.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민생 안정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발원합니다.
조계종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 단체이며 현 정부는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권입니다. 의견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정부는 ‘공정’하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한 국정 운영을 하여야 하며, 종교 단체는 고유의 종교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의 안정과 통합에 기여해야 합니다. 이것이 종교 편향 등 현 정부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조계종단이 종교 단체로서 때로는 인내하고 때로는 협조하였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공정하여야 할 정부가 종교, 학벌, 지역을 기준으로 한 특정 집단이나 세력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여러 사회적 논란거리들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정부의 입장만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행태가 계속되었습니다.
급기야,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사안들을 누락시키거나 감액하면서 ‘날치기’와 ‘몸싸움’으로 예산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더욱이 조계종단에서는 4대강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내고 이로 인한 갈등 구조를 개선하고자 원효스님의 화쟁(和諍)사상을 받들어 ‘화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 여당 대표와 시민 단체 대표 등이 모여 진지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었기에 4대강 예산의 일방적, 폭력적 처리는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는 곧 민주주의의 퇴보를 상징하는 상징적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족 문화 수호와 종교 평화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한국불교는 우리 민족의 문화를 그대로 이어 오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나 이 민족이 보기에는 단순히 하나의 종교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전통의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모습일 때가 더욱 많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석굴암이나 팔만대장경은 물론 수많은 불교 문화재는 곧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단오에는 부채를, 동지에는 팥죽과 달력을 나누어 주거나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엎드려 맞절을 하는 풍습은 단지 불교적 관습이 아닌 우리 민족 고유의 세시 풍속입니다. 사시사철 수많은 국민들이 찾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 또한 사찰이 보존해 오고 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가치와 자산들을 국가적 보존의 가치가 있다 하여 이승만 정권부터 지금까지 국가 차원에서 지정하고 관리해온 지가 수 십 년입니다.
이제 불교계부터 근본적으로 인식을 전환하여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불교계와 국민 여러분이 함께 지켜 나가 국민 여러분은 물론, 세계인들과 함께 향유하는 소중한 인류의 문화 유산으로 보존해 나가겠습니다.
일부러 무리지어 사찰을 찾아 자신들의 종교 의식을 행하고, 사탄이라 손가락질하는 행위를 직접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지자체의 사업이 일부 특정 종교단체의 주장에 따라 좌우되고 폐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종교간 갈등을 조장 방조하고 활용하려는 현 정부의 종교 정책이 이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종교 평화와 화합을 지키겠다는 원칙과 서원은 끝까지 놓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손으로 우리의 문화를 지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는 한국불교가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지금 비록 힘들고 어렵더라도 종교적 가르침과 원력, 국민 여러분들의 비판과 격려 속에서 성장하고 올바로 자리잡도록 하겠습니다. 1배 1배 서두르지 않고 거듭하면 곧 1080배가 되듯이, 긴 호흡으로 한 발 한 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내딛겠습니다.
오늘 국민여러분께 올리는 참회와 발원을 기점으로 현재의 상황을 약으로 삼아 불교계가, 조계종단이 먼저 자성하고 변화하겠습니다.
1700년 이 땅에 뿌리 내려 온 한국불교의 오늘이 부끄럽지 않고, 모든 이웃과 인류에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는 내일이 올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 발원합니다.
불기 2555(2011)년 1월 10일
대한불교조계종 민족문화수호위원회 1080배 정진 대중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