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불학연구소(소장 원철 스님)가 지난 8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율장정신 현실적 진단과 종단적 적용’을 주제로 제1회 대승불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1분과 계율과 생명윤리, 2분과 율장과 종헌종법으로 나눠 열렸다. 1분과 ‘계율과 생명윤리’에서는 △불살생계와 채식운동(발표-적연 스님, 토론-벽공 스님) △불살생계와 사회윤리(발표-허남결 교수, 토론-신성현 교수) △생명공학과 불교윤리(발표-우희종 교수, 토론-김규원 교수) 등의 주제가 발표됐다.

이어 2분과 ‘율장과 종헌종법’에서는 △율장과 승려법(발표-자현 스님, 토론-지관 스님) △징계갈마와 호계원법(발표-덕문 스님, 토론-경성 스님) △갈마제도와 중앙종회법(발표-원묵 스님, 토론-법진 스님) 등의 주제가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자현 스님(조계종 교수아사리)은 “율에 의거해 출가해 ‘승려법’의 제재를 받으며, 청규로 사는 조건 속에서 행복이 깃들 수 있을까? 우리는 행복하려고 출가했지만, 제도는 우리의 행복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조계종 <승려법>은 율과 청규를 아우르는 거대한 체계와 간략한 실행기준으로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현 스님은 ‘탁발’이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가며 무소유의 청정한 상징이라기 보다는 구걸 같은 비하의 대상으로 변모했고, 이 같은 변화를 그대로 수용해 탁발을 금지한 것이 조계종의 승려법이라고 설명했다.

자현 스님은 이같은 변화가 “변화를 수용할 것이냐, 원칙을 묵수할 것이냐는 문제에서 <승려법>이 현대적 관점을 우선시해 변화를 명문화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현 스님은 “<승려법>은 율과 청규의 전통을 잇는 상태에서의 불교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면서 “단순히 현대적인 합리적 기준에 의해서만 수립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지관 스님(조계종 교수아사리)은 “현대사회에서 승려들의 차량소유, 신발 착용, 음식점에서 식사, 휴대폰과 인터넷의 사용 등 다양한 제반 규정들이 승려법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더 이상 개개인 승려들의 임의적인 판단과 행동으로 인한 승려와 종단의 위의가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율장의 징계갈마와 호계원법’ 주제 발표를 한 덕문 스님(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은 “호계원을 율장 정신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3심 제도를 도입하고 ‘비구니 호계원’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초심호계위원 7인, 재심호계위원 9인으로 명시된 호계원 구성을 20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덕문 스님은 “출죄갈마를 여법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비구의 경우 비구대중 20인 이상이 모인 곳에서 갈마해야 갈마가 성립된다”며 “승잔 이상의 중죄인 바라이죄에 대한 징계까지 행하는 호계원이 소임상 20인 이상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구니 대중을 갈마할 수 있는 호계원 설치도 제안했다. 스님은 “비구니 20인 이상이 모인 대중에서 출죄갈마를 하고 다시 비구대중 20인 이상이 모인 곳에서 출죄갈마를 해야 출죄가 성립되는 율장 정신을 반영한다면 비구니 대중을 갈마할 수 있는 호계원 설치는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덕문 스님은 현재 2심으로 진행되는 갈마형식도 3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심호계원은 교구본사 단위에 설치하고, 기존의 초심ㆍ재심호계원은 재심ㆍ삼신으로 기능을 격상하면 징계규정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갈마제도와 중앙종회법’ 발표를한 원묵 스님(실상사 화엄학림 학감)은 중앙종회의 의사결정 시 전원출석과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