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4월 25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통합종단 출범 50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통합종단 출범 50주년을 맞아 종단의 역사와 통합종단 출범의 의미를 되새기고, 종단의 근본정신과 이념을 담은 종헌을 살펴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며,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를 개선해 향후 종단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개최했다.
행사를 주관한 불교사회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불교 1700년 역사의 정통성을 계승한 유일무이의 종단으로서 조계종의 의의를 확인하고, 종헌종법 및 교구제도의 형성과 시대적 변천과정을 돌이켜 종단의 확립과 발전에 기여한 바를 평가함으로써, 향후 인류사회의 정신문화를 계도할 수 있는 보다 보편적이고 적합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세미나 의의를 설명했다.
자승 총무원장 스님은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대독한 격려사에서 “통합종단 출범 5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50년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 종단은 사회와 역사에 자리이타 동체대비의 본분사를 다해야 합니다.”고 종단의 시대적 역할을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이를 위해서는 자성과 쇄신, 그리고 생명과 평화를 위한 1000일 정진이 원만히 성취되어야 한다”며 “봉암사 결사의 ‘부처님 법대로’를 계승하여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로 세분된 5대 분야의 결사 실천을 통해서 뭇 생명의 행복과 안락을 이루는데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원 교육국장 가섭 스님의 사회로 시작된 세미나에서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김상영 교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역사와 통합종단 출범의 의의’라는 발제문을 통해 도의 국사의 입당 구법활동 후 귀국에서부터 일제 치하 조계종단 복원 노력까지 우리나라 선종의 역사를 자세히 살폈다.
김상영 교수는 통합종단 출범의 의의에 대해 △ 한국불교 1,700년 역사를 대표하는 종단으로서의 위상 △ 한국불교의 인적, 물적, 사상적 역사를 계승해 정착시킨 종단으로서의 위상 △ 한국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종단으로서의 위상 △ 청정 비구승단이라는 한국불교 고유의 전통을 회복 유지시킨 종단으로서의 위상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스님은 또 조계종단이 “정화운동의 과정을 거쳐 청정 비구(니)승단을 표방하는 통합종단이 탄생되었고 그 승단이 오늘의 한국불교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적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일”이라고 출범 의의를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허정 스님은 기념토론을 통해 “지금의 종단이 조계종이라는 종명을 채택함으로써 도의스님 이전의 불교(계율종·법상종·법성종·열반종·원융종의 5교종)도 조계종이라는 이름으로 포섭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며 지난해 12월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주장한 ‘대한불교조계종 종명 재검토’를 다시 언급했다. 스님은 현재 승가교과과정 개편, 종헌, 불교전통에 나타난 사상의 정체성 논쟁 등 조계종의 역사와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통합종단은 인적, 물적, 사상적 역사를 잘 계승했고 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이뤄냈다.”며 “이렇게 축적된 힘을 모아서 사상적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헌의 형성과 변천, 그리고 과제’를 발제한 법안 스님은 “통합종단 출범 50주년, 종헌 제정 50주년을 맞이하여 21세기 인류사회가 요구하는 한국불교의 이념과 가치, 그리고 역할을 어떻게 종헌에 반영할 것이며, 종헌이 지향하는 이념과 원리에 기반 한 종단의 운영과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그 방안을 모색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고 종헌 고찰을 통한 종단적 과제 도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발제문에서 ‘최초 종헌’에서 현재의 종헌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른 종헌의 변천사를 자세히 살핀 후, “최초 종헌에서는 법통계승을 통한 한국불교의 정통종단을 선언하면서 회통불교, 대승불교, 종도주권의 이념과 종도 상을 제시하였으며, 1994년 개혁회의에서 개정한 종헌에서는 정화의 이념과 개혁회의 정신의 계승을 천명하면서 사회 및 정신문명을 선도하도록 종단의 방향을 추가로 제시하였다.”고 정리했다. 스님은 이어 향후 종헌의 과제로 △ 종명과 종지의 문제에 대한 종단적 차원의 폭넓은 논의 △ 종단 운영에 있어 사부대중의 참여 확대 △ 종도들의 참종권 확대 △ 정치 중심의 종단 운영 폐해 극복 △ 본사주지 선출에 교구 대중 참여 폭 확대와 공의에 의한 선출방식 결정 △ 사찰과 본사, 교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검토해야 한다며, △ 종단이 추구해야할 사회적 역할 △ 비구니와 전문성을 갖고 있는 재가자의 참여 △ 종도의 권리와 의무 △ 종단의 대사회적 역할 △ 수행 및 교육, 교화체계 등을 종헌에 포함하자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동국대 법학과 김상겸 교수는 “종헌의 개정사를 보면 세속의 정치적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종교와 정치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영향으로 인하여 종교가 지향하는 목적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향후 과제에 대해 “종헌은 불교의 정신과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활동할 조직과 권한, 그리고 종도의 보호를 위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종교법의 특성을 살리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조계종은 한국불교를 선도하는 종단이다. 종단의 종헌이 최고규범으로서 그 의미를 분명하게 하려면 현대사회와 괴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국가법이 요구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종단의 포교와 사회활동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내용이 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조계종의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의 개선방안’를 발제한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조계종의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를 시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현재의 교구본사제 개선 방안으로 △ 교구 행정력의 강화 △ 교구 자치제 강화 △ 도심 포교역량 강화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재산처분권을 포함한 중앙 종무기관의 권한과 기능을 교구본사에 대폭 위임하고 위양하는 등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행정학과 심익섭 교수는 토론에서 “조계종의 교구본사제는 ‘행정관리형 교구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좀 더 미래지향적인 ‘교구자치제’로 다가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이어 교구제도 개선에 있어 △ 참여에 의한 민주적인 교구행정 △ 효율적인 종무행정 △ 경쟁력 있는 교구 및 단위사찰 △ 사회적 책임을 지향하는 종무행정 △ 지역사회와 신도에게 다가가는 교구행정 등 원칙들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종단 차원의 제도 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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